자기긍정 별처럼 만난 사람들

오랜만에 (친)오빠를 만나 밥을 먹었다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냐며
연애 좀 하라고 서슴없이 잔소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오늘은 내게 자기긍정의 말을 하도록 했다

“나는 비록...하지만 깊게 완전히 나 자신을 받아들입니다”

라는 선언.
워낙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뜬금없는 데가 있어서
그냥 시키는대로 했는데
뭔가 좀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특별할 것도 없지만
평범하지도 못한
세상 가장자리에 서있는 익숙한 감각이 올라오면서도
의외로 위로가 되었다

이제 땅을 밟고 있지 않아도 무섭지 않다

물론 저 문장이 주는 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여운이 남아있는 건
그가 받아들이도록 한 말이기 때문인듯

태어날 때부터 들어온 목소리는
세상 무엇보다 강력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도 밥은 챙겨먹고 연애 좀 하자 오빠야...)







곱슬머리 매직경력 18년만에 인생 미용실 찾은듯(스압 주의) 별처럼 만난 사람들

매직경력 18년차만에 인생 미용실을 찾은듯하다

일단 머리스펙부터 밝히자면
태생적으로 얇고 숱적은 반곱슬에 특히 옆머리 숱이 극악하다

미용사쌤들이 진짜 싫어한다. 극손상머리마냥 조심조심 다루기에 큰 손상 없이도 매직이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모델링

나랑 비슷한 분들은 아실거다.
매직하면 안그래도 적은 숱이 반으로 줄어보이고 두피에 착 붙고...
더군다나 바람불때 옆머리가 훅 뒤집어지면서 허연 속살이 드러날때면 죽고싶은 기분ㅠㅠ

남들은 머리하면 기분좋다는데,
난 원래 머리가 자라나 뿌리가 다시 힘을 얻기까지 한두달은 우울할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뿌리펌을 했다 열펌을 했다 매직으로 돌아왔다 하면서 멘탈 터지는 인생...)

참고로 매직인생 18년차라 함은
귀밑 3센치 단발의 굴욕을 겪어야 했던 중학시절부터 매직을 접했다는 것이며
바사삭 구운 김이 되는 경험부터 미친척 지른 몇십만원짜리 매직까지, 온갖 걸 헤쳐온 세월이었다.


근데 이분
다른 미용사쌤들과 좀 다른 말을 하신다
(온라인 예약이라 미리 글로 머리스펙을 밝히고 갔다)

1. 일단 내가 한 말을 제대로 인정해주신다
(“진짜 원래 모질이 이러신 거 같네요”
-> 이거 은근 중요하다. 추가비용 받겠답시고, 대충 봐도 얇아보이니 다짜고짜 상했다고 모는 인간들 의외로 꽤 많다. 지금 이거, 최선이거든...?)

2. 현실적인 희망을 주신다
(“이런 머리는 숱이 더 줄진 않아요. 아무리 나이 먹어도 이대로 쭉 갈거니 걱정 안하셔도 되요. 나이들어 숏컷하시면 숱적은 느낌 안나고 의외로 잘 어울리실 거에요”
-> 단발 노노 숏컷이랜다. 해본적 없는데 정말..?)

3. 칭찬도 살짝 곁들인다
(“그래도 시술 많이 안하셔서 머릿결 괜찮으시네요. 일년 전에 한 컬이 이정도 남아있으면 매직도 잘 먹을 거에요”
-> 컬이랑 염색 들어가 있는데 아래쪽은 많이 상한거 아니냐며 살짝 유도질문을 했더니 의외로 이런 말씀을! 감동먹을뻔)

4. 무엇보다 쿨내나는 말을 해주신다
(“땀나면 그냥 오늘 머리감아도 괜찮아요. 묶는 것도 자국날 정도만 아니면 상관없어요”)

덕분에 엄청 기분좋게 시술받았고
끝났을 때는 하 역시 숱 줄어든거 봐라, 그래도 달라붙진 않았네 하는 정도였지만
밖에 나가니 진가가 드러났다

바람 불어도 옆머리가 안뒤집힌다! 안뒤집힌다요ㅠㅠㅠㅠ 할렐루야 외치고 싶은 기분!

1cm 정도 남기고 시술하긴 했지만 그것만이 비결은 아닌듯. 한 끝이 다른 분을 찾은 거 같다

저 같은 고민 있으신 분은 꼭 한번 가보시길

무엇보다 영업을 잘 못하시는듯 하여ㅠㅠ

초반 상담은 되게 잘해주셔놓고
갈수록 낯을 가리시더니(나도 말이 없긴 하지만..)
마지막에 언제쯤 염색하러 오라는 멘트조차 안하고
에센스만 쥐어 보내셨다(저기 쌤 저 버리시나요...)

카@오 헤어에 흔한 시술사진 하나 안올려 놓은 거부터가 삘이 오긴 했지만 정말ㅠㅠㅠㅠ

나만 알고 싶은 미용실이지만 망하면 곤란하니까!
아래는 이분의 매우 광고스러운 블로그(저기 갱신좀..)



+
약 냄새가 좀 나긴 했는데 당일날 감아도 된대서 상관없었음. 아래는 시술 직후샷(숱적 주의ㅠㅠ)



++시술 전 사진....







아프지 않게

공기가 물컹하게 만져지는 하루를 뚫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더니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알람 없이 눈을 뜨니 아무것도 할 필요 없는 시간
누운 채 눈만 깜빡인다
베개에 속눈썹 닿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뱃속인가 싶을만큼 고요하다

집밖에서도 이 상태로 있고싶다고 생각하는건
욕심일까
복숭아처럼
사람 손길이 닿으면 금세 생채기가 나는 마음

내 맘을 아프지 않게 만지는건
차라리 길가 아무렇게나 자라는 나무 한그루다





만난다는것 고른다는것 어쩌지

공원을 걷다 모과나무를 만났다
이미 푸릇한 향이 나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손을 뻗으면 딸 수도 있겠지만
왠지 미안해서
주변을 서성이다 문득 떨어진 모과 한 알이 눈에 들었다

갈색으로 번져가는 무늬가 아름다워
한참을 손에 들고 돌려보다
아래쪽에 곰팡이가 살짝 핀걸 보았다

버릴까 말까
집에 가져가고 싶지만 곰팡이는 곤란한데
손에 묻기라도 하면 어쩌지
망설이다
떨어진 열매가 하나가 아님을 알았다

발에 하나둘 채이는 열매를
하나하나 손으로 집어보고
이번엔 썩어가는 걸 피해서
큰 매력은 없지만
상처 없고 향도 나쁘지 않은
그런 열매를 집었다

처음 발견하여 소중히 만져보았던 그 한 알도
다시 고른 이 한 알도
더이상 특별하지 않다

지금 내 상황이
딱 이렇다

특별하다 생각한 만남이
묵은 마음에 꽃을 틔웠건만
난 당신의 봄을 함께할 힘이 없어요라는
무책임한 말로
다시 나락에 빠뜨렸다

당신은 어떤 남자든 고를 수 있어요
선택권은 의외로 여자에게 있죠
악마의 속삭임에 힘입어
인생 최대로 나쁜 여자가 되어가고 있다

내생애 가장 자유로운 연애를 기대하며 어쩌지

내 생애
가장 자유로운 연애가 시작되려 한다

나 다워도 좋은
그라면
나 하고싶은대로여도 괜찮아할듯한

무모한 착각일 수도 있는 기대가 든다

적어도
연애공식따위
개나 줘버려도 되지 않을까

내일부터는 안부 묻는 카톡따위 안해야지~~
(서로 불편할 필요 없으니까!)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