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잘내는법(뜨인돌어린이) 오늘 만난 책

아직 다 안 읽었지만 성과가 있어 올려본다


어제 불안한 감정을 지나치게 누르고 사무적인 응대를 하다 문제가 발생했다.

트러블이 생겼을 때는 상대방의 감정을 적당히 받아주며 얘기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데, 감정을 지나치게 닫고 있었다보니 상대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행동해버렸다.

더 나쁜건, 트러블의 발단이 내 일을 도운 알바였다보니 상대를 돌려보낸 후 알바에게 “너가 그런거잖아”하고 공개적으로 지적질해버렸다.

개인적인 일로 반가를 쓰고 나가기 직전에 발생한 일이라 화를 내고 거의 곧바로 나가버렸고, 내가 얼려버린 분위기에서 일을 계속해야 할 사람들을 생각하니 미안해졌다.

볼일을 마친 후 시무룩한 마음으로 서점을 둘러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출판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어린이책이다.
감정은 애나 어른이나 매한가지니까
어린애 배우듯 배우는것도 좋겠다 싶었다.


처음은 체크리스트였다
거침없이 예 아니오를 선택했다.
옆장에는 질문 하나하나에 대한 답이 있었다.
내 답이 맞지 않을수록 왠지 히죽히죽 웃음이 났다.

어린 친구들을 위해 쓴 책을 읽다보니
어린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화내는건 나쁜 일이 아니다”
“화는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다”
“화를 내도 되지만 후회하지 않을 방법으로 하자”

라는 말이 반복되었다.


특히 좋았던 건
“화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감정이니까
화내고 싶으면 화내면 되고
화내고 싶지 않으면 화내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

화를 내거나 내지 않는 건
자신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말인데.
참지 못해 화를 내버리고 후회하는 지금 상황과는 전혀 달랐다.


무엇이 다른 걸까.
난 왜 그 알바에게 화를 ‘터트린’걸까.

마음을 짚어가다보니
그간 나름 잘 지냈다고 생각했지만, 꽤 오래전부터 그 아이에게 화가 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업무적으로 분명히 해야할 부분이 있는데
그 애 쪽이 더 사교적인 성격이다보니
분위기를 흐리기 싫어서 계속 참아왔던 거다.

웃으면서 지적하면 받아치기나 하지 듣질 않고.
내심 다 알면서 저러나, 날 무시하고 있나라는 감정도 들고.
그게 문제로 불거지자 곧바로 폭발해버린 거.


그러면 이제라도 확실히 해야할 부분을 확실히 하면
화가 풀릴지 생각해봤다
그 애 앞에서 말하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더 화가 날뿐이었다.

책으로 돌아갔다

“화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때는 분명히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은 뭔가가 내 속에 남아있는 거야.
그런 때는 화의 밑바닥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살펴보자.”

화의 밑바닥이라면
난 그애에게 왜 화가 났는가가 아닐까 싶었다

이건 쉽다
결국 그애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 날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한다는 것.

그럼 그애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신기하게도, 난 그애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있었다

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지만
좋은 아이고, 착한 아이인걸.

분위기를 흐리기 싫다는 이유로
제대로 지적할 타이밍을 놓친 건 나고,
화를 키운 것도 나다.

정색하고 그저 들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할말 다 하는 건, 목적에 맞지 않았다.
내 말대로 하도록 만들 수는 있겠지만 화는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어떻게 했냐 하면
오늘 그 애에게 사과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아무 일 없다는듯 업무하다가
둘만 남게 되고 얼굴을 마주치게 된 타이밍에
바로 말했다.

미안.
그렇게 말할 일은 아니었어.
언젠가는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던 거 같아.

진지한 얼굴로, 그렇지만 날이 선 부분은 분명 남아있다는 것을 밝히는 선에서 딱 이만큼만.
이건 사과니까.

그애도 알았다고 괜찮다고 말했고
그걸로 남은 업무시간 내내 서로 불편하지 않았다.
평상시처럼 웃고 떠들지는 않았지만
업무하다 쉴때면 별일 없다는듯 얘기를 나누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봐도
신기하게도 더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잘 받아준 그애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제대로 생각하고 선택한 결과라는 건
이런 거구나
화를 내는 것도 내지 않는 것도
선택할 수 있는게 당연한 거구나 싶었다



중요한 건 앞으로는 안좋은 감정을 쌓지 말고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이니까.
화를 참다 키우지 않는 것이니까.

남은 부분도 열심히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