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다는것 고른다는것 어쩌지

공원을 걷다 모과나무를 만났다
이미 푸릇한 향이 나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손을 뻗으면 딸 수도 있겠지만
왠지 미안해서
주변을 서성이다 문득 떨어진 모과 한 알이 눈에 들었다

갈색으로 번져가는 무늬가 아름다워
한참을 손에 들고 돌려보다
아래쪽에 곰팡이가 살짝 핀걸 보았다

버릴까 말까
집에 가져가고 싶지만 곰팡이는 곤란한데
손에 묻기라도 하면 어쩌지
망설이다
떨어진 열매가 하나가 아님을 알았다

발에 하나둘 채이는 열매를
하나하나 손으로 집어보고
이번엔 썩어가는 걸 피해서
큰 매력은 없지만
상처 없고 향도 나쁘지 않은
그런 열매를 집었다

처음 발견하여 소중히 만져보았던 그 한 알도
다시 고른 이 한 알도
더이상 특별하지 않다

지금 내 상황이
딱 이렇다

특별하다 생각한 만남이
묵은 마음에 꽃을 틔웠건만
난 당신의 봄을 함께할 힘이 없어요라는
무책임한 말로
다시 나락에 빠뜨렸다

당신은 어떤 남자든 고를 수 있어요
선택권은 의외로 여자에게 있죠
악마의 속삭임에 힘입어
인생 최대로 나쁜 여자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