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개인주의 권유 별처럼 만난 사람들

오늘 한 얘기 중에 의미있었던 부분인거 같아 기록해둔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다가
여성 혐오가 화제로 나왔다

얘기는 흐르고 흘러
된장녀니 김치녀니 하는 말이 나왔던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때 이미 여성 혐오에 대한 우려가
진지하게 제기되었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것

조롱거리가 된 특징은
명품백 선호니뭐니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완전히 사그라진 부분은
카페 가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이야 카페 가길 좋아하는 남자들도 많지만
그당시에는 밥만큼 비싼 커피를 매일 마셔대는 일부 여성의 행동을 허영심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다

지금에 와서 보자면 카페는
집밖에 존재하는 휴식공간이자 사교공간쯤 된다

달리 말하면 집이라는 개인 공간에 가지 않아도 쉴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내 개인공간에 끌어들이지 않고도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인 건데.

장시간 학업/노동으로 집에 들어갈 시간이 부족하고 높은 집세로 주거공간이 좁아지는 상황이
카페가 늘어난 원인일 수 있는 건데.
물론 여성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는 있지만?

대체 왜 그렇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걸까
하다가

개인의 부재와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피로감

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개인의 부재
누군가를 고유한 개개인으로 봐주기보다
특정 키워드/집단으로 싸잡아보는 현상이랄까

사실
개인주의자(라 쓰고 아싸라 읽는다)의 눈으로 볼때는 자기 돈으로 먹고싶은걸 선택하는게 뭐가 문제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설령 남친 돈으로 그걸 먹는다 쳐도 그건 남친 선택이니까. 사주기 싫으면 안사주면 되지. 여자가 못받아들이면 서로 안맞는 거고ㅇㅅㅇ

그러나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길 즐기는 사람들(이라 쓰고 인싸라 읽는다)의 눈으로 볼 때
그런 여성이 존재한다는 건 새로운 흐름이고
내가 사귀게 될 여성 중에 거기에 동조하는 여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거부감을 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마치 “여성 집단”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고
된장/김치녀들이 이 집단을 이상한 방향으로 물들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밥-술만큼이나 밥-커피가 일반화된 요즘 세태를 보며 그들은 이 시도가 성공했다며 이를 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밥먹고 카페를 가겠지


그런데
여성 집단, 아니 “여성”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나?
가령 여성은 내가 가진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21세기 한국을 살고 있는 30대 여성이고 대학교육을 마쳤으며 노동으로 돈을 벌고 쓰고 있고 연애도 해보았지만 결혼이나 출산은 아직이다

라는 설명보다

나는 요즘 내가 뭘 좋아하는지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다. 주로 미술, 음악, 책, 강연, 영화 분야다. 아 이거 좋네 싶은건 꽤 있는데 내가 느끼는 감각이 무엇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설명이 안된다. 나 자신을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인간관계도 더 고민하고 있다. 진지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만 요새는 가볍게 농담으로 승화시키는 쪽이 더 즐겁다.

라는 설명이 나를 더 잘 말해준다

나는
한국에 살기 위해 태어난 것도
여성으로 살기 위해 태어난 것도
교육받기 위해 태어난 것도
노동하기 위해 태어난 것도
소비하기 위해 태어난 것도
연애 결혼 출산을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지만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 태어난 거 같으니까.
나와 똑같은 걸 좋아하고 똑같이 느끼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고유한 특징이 날 더 잘 설명하니까
일 아닌 이유로 타인을 접해야 한다면
그런 고유한 나를 봐줬으면 한다

당연한 말인데, 왠지 당연하지 않은 거 같다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나면서
누군가가 그저 여성/남성으로 보인다면
그것만큼 공허한 게 있을까
박제당하고 마비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세상을 거시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공통점을 뽑는 일은
자본을 위해 일할때나 여론을 모을 때 필요한 거 아닐까 싶은데.
(아님 개인이 아니라 소비자로 살고 싶은가...)

세상을 따라가기 지친다면
좀더 심플하게 바라보면 어떨까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만이 존재할뿐



(사람을 사귈때 대중적인 키워드를 나열하면 쉽사리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보니
모두를 개개인으로 바라보며 접근하는 건 답답하고 겁나는 일일 수 있지만
나는 이사람을 모른다는 긴장감이야말로 서로를 존중하고 끝끝내 이해하는 힘이 된다)



덧글

  • 웃긴 늑대개 2018/07/30 15:47 #

    본인 번 돈으로 본인이 원하는 소비를 하겠다는데 왜 허영이란 이미지가 생긴건지... 이상하네요.
    미래계획없이 돈 펑펑쓰고... 카페를 밥먹듯이 다니는 친구를 보면 확실히 허영이란 생각이 들지만...
  • 냥뱃살 2018/08/04 00:21 #

    ㅋㅋㅋㅋㅋ저기 본인이 앞에 한 말과 뒤에 한 말이 상충되시는거 못느끼시나요. 본인 기준에 안맞으면 허영이라는 건데. 뒤에 한 말이 더 본심에 가까우신 듯하네요
  • 웃긴 늑대개 2018/08/09 10:24 #

    앗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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